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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유리상자 네 번째 전시공모 선정작, 「유리상자-아트스타 2019」Ver.4展은 회화를 전공한 신명준(1991년생)의 설치작업 ‘낙원의 형태’입니다. 이 전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현실적 고난과 억압에 대한 대응으로서 ‘안식처’를 떠올리며, 어쩌면 현실과 이상이 겹쳐 얽혀있는 ‘안식처’에 관한 작가의 인식과 감수성의 흔적입니다. 작가는 평안하고 자유로운 안식처로서 우리시대의 낙원이 어떤 모습일지, 또 그 낙원을 구성하는 사물들과 조형이 우리의 감수성과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예술의 영역으로 편입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흥미로운 질문을 제안합니다.

 

작가는 4면이 유리로 구축된 천장 높이 5.25m의 전시 공간에 자신이 생각하는 낙원을 조성하기 위하여 4개의 기둥과 투명 지붕을 비롯한 몇 가지 사물 장치들을 설계하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낙원樂園 paradise은 고통이 없는 지복至福의 장소를 일컫는 말입니다. 그 어원이 옛 이란어 ‘담으로 싸인 마당’에서 연유하였고, 그리스인에게는 잘 단장된 ‘페르시아왕의 정원’을, 또 불교에서는 ‘정토淨土’를, 중국 도교에서는 ‘도원경’을 의미하기에 낙원은 외부에 소재가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보호 장치로 둘러싸여 현실의 땅과는 경계가 구분되고, 생명의 나무와 샘이 있어서 온갖 생명체가 평화롭게 사는 궁극적으로 아름다운 장소, 즉 천국을 뜻하는 안식처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작가의 낙원은 어떨까요? 작가는 내부로 출입할 수 없는 유리상자의 경계 구분과 신전을 연상시키는 4개의 기둥에 착안하여 이곳이 외부 현실세계와는 다르게 비범한 영역임을 암시하는, 2개의 파란색 육각기둥과 파란 천막으로 감싼 기둥, 기둥 내부에 깨진 유리병조각 장식물을 보관한 흰 기둥 등 4개의 새로운 기둥을 설치하였습니다. 그리고 안식처의 안정감을 부여하기 위하여 천장에 지붕 형태의 구조물을 매달았습니다. 뜨거운 태양과 비바람을 가려야하는 지붕이지만 있는 듯 없는 듯 모호하게 보이는 투명한 웨이브 지붕으로 설치하면서 태양빛이 내려쬐여 바닥에 놓인 사물들이 더욱 현실의 일상에 관한 것으로 보이게 합니다. 이 장치들의 아래 바닥에는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듯이 섬 같기도 하고 어렴풋이 별 같기도 한 흰색 나무판을 설치하고 그 위에 작가가 일상 속에서 수집한 사물들을 올려놓았습니다. 사물들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것들이고 대부분은 필요에 의해 구입하여 사용하다가 버려지거나 혹은 원래의 소용을 다하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던 사물들입니다. 구슬형의 가로등기구는 길가의 어느 차단봉 위에 꽂혀있었고, 물건을 받치는 팔레트는 주차금지 표시용으로 사용되던 것입니다. 또, 버려진 밀대 봉과 필요한 길이만큼 사용하고 잘라버린 각종 호스, 부러져서 불안정한 사다리, 고장 난 모니터, 낡은 라바콘, 버려진 양동이, 쓰고 남은 벽돌, 자투리 그물망, 깨진 거울 등의 수집품이 비닐로 싼 식물 화분과 함께 이곳에 있습니다. 사물과 사물의 상황들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이 낯설면서도 평화로운 생태계는 작가가 행위 했던 일상의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만들어진 ‘낙원’의 형태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에서 찾아낸 이 ‘낙원’의 은유 속에는 우연과 기대와 설렘의 이유를 통하여 만남과 선택, 수집, 조합, 조형 등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본능적 감수성이 묻어있습니다. 이처럼 낯선 ‘낙원’의 설계는 작가 자신이 생각하는 낙원이 현실의 흔한 일상 사물들에서도 구축될 수 있다거나, 아예 예초에 낙원은 없었다는 현실적 절망에 대한 긍정일 수도 있지만, 낙원에서 생명의 나무와 샘을 떠올리듯이 존재의 가치 혹은 생명을 이어가는 현실의 실체들을 드러내려는 것으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작가 자신이 인식하는 ‘낙원’을 시각적으로 번안하는 이번 유리상자는 다름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성찰하려는 ‘실체’의 고찰입니다. 작가에게 있어서 ‘낙원’은 일반적인 정의定義가 아니라, 현실과 이상을 재구성하여 우리 자신의 현실 삶에서의 억압을 숙고하고 그 대응 태도를 되돌아보려는, 그 속에 예견된 현실의 ‘실체’에 대한 경외심을 공감하여 드러내려는 것입니다. 또, 변화하는 세계의 존재 가치 속에서 예술적 유효성을 추출하려는 작가의 질문처럼 보입니다. 사실, 이것은 존재 가치에 관한 변화變化와 균형均衡을 담보하는 자연설계自然設計에 관한 질문일 것입니다. 일상의 상태에서 추출하는 자연 그대로의 설계는 ‘낙원의 형태’라는 낯선 시각으로서, 끊임없이 변화와 균형의 순환을 이어 지속하려는 보이지 않는 실체의 체계를 깨달은 작가의 언급이기도합니다.

 

글_봉산문화회관큐레이터 정종구